[공연리뷰] 임현택 연출의 『춤의 흥과 멋』…민간무용단의 품격을 격상시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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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들숨 작성일19-03-22 18:10 조회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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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임현택 연출의 『춤의 흥과 멋』…민간무용단의 품격을 격상시킨 공연

우리 춤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도도한 전통이 현대와 조우한다. 지엄하고 엄정한 춤 현실에서 야생의 분투는 모험을 수반한다. 운명적 도전은 곧잘 시지프스의 신화에 비유된다. 인간문화재나 주변, 대학 교수나 인접이 아니면서 희생과 실력만으로 한국무용 기반의 민간무용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독한 춤 사랑에 기인한다. 춤판의 벗님들은 이런 현실을 주시하고 동참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같이 헸으면 한다. 

3월 8일(금) 오후 7시30분,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겨울을 털어내는 봄맞이 의식인 임현택 연출의 『춤의 흥과 멋』 공연이 있었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한국무용의 선과 혼의 현대적 표현’을 슬로건으로 내건 들숨무용단(대표 임현택, 비상임안무가 장현수, 안무지도 이은솔)의 공연은 인성을 갖춘 최고 기량의 춤꾼들이 전통을 전통답게 하는 고품격 공연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무용단은 집중과 몰입, 신명과 흥신, 춤의 멋과 맛의 조화를 탁월하게 조율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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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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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미


들숨무용단의 춤은 늘 관객에게 말을 걸어오면서 담론을 도출한다. 익숙한 갈래의 춤이 예술적 가치와 대중의 호응을 얻는 이유는 인고의 경험과 수련시대를 겪은 지도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번져오는 봄을 영접한 공연은 현대적 감성을 탑재한 전통춤으로써 관객들로부터 열광적 환호를 받았다. 일곱 갈래로 구성된 춤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 춤의 감각적 현대화를 모색하면서 장르와 시퀀스 사이의 절묘한 이음과 조화를 보이고 있었다. 

공연은 『향연, 饗宴』(태평무), 『여정, 餘情』(한량무), 『아련한 재회』, 『人聞의 美』(장고춤), 『검과 아박』, 『기(氣)』, 『신의 노래』 순으로 이어졌고,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했다. 연출은 춤 연기자들의 디딤과 사위 같은 움직임과 정형화된 연기 대신 독창성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연출플랜을 짰다. 안무는 『향연, 饗宴』에서처럼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는 궁녀의 군무를 가미하고, 『검과 아박』을 박진감의 주체로 삼아 춤과 연결하는 등 상상력을 발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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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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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기(氣)』에서 살풀이춤의 결기를 느끼게 했고, 『아련한 재회』와 『신의 노래』는 사랑과 화합의 하모니를 창작무용으로 보여주었다. 전통무용에서 사용하는 라이브 국악 연주와 창작무용에서의 레코딩 곡이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명료한 춤의 역사를 읽어 내려가면 춤 연기자들의 동작들이 새로워 보이고, 전통을 이어온 긴 시간 동안의 예인들의 삶이 공간 곳곳에 들어선다. 관객들은 카메라가 되어 몸 언어를 눈으로 포착했다. 

우리 춤의 새로운 고찰 내지는 국제화 모색의 공연으로 기능하는 『춤의 흥과 멋』은 한국화의 ‘흥의 미학’과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통을 소재로 한 그림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이치와 같다. 이번 공연은 개별 작품 자체가 소지하고 있는 춤 사상, 외관상 보이는 움직임, 공간 활용 등 화려한 춤 수사가 무서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동양과 서양, 현대와 전통이 어울려 미학적 가치를 고양하고, 춤의 흥과 멋을 살리겠다는 주제에 밀착하고 있다. 

『춤의 흥과 멋』은 춤 비평의 기본 그릇인 독창성, 구성, 기교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연출과 안무 스타일의 독창성은 간결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서 이전의 동명의 작품들과 차별화되고 있음을 파악하게 한다. 춤 연기자들이 과장 없이 자연스럽게 상하좌우를 넘나드는 절제된 진법과 공간 활용을 통한 무대 장악력, 균제미를 보여주는 강약조절 등은 몰입의 경지를 창출시키며 신비감을 배가시켰다. 기교적 우위와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한 공연의 인상을 살펴본다. 

『향연, 饗宴』(태평무), 왕비와 궁녀 넷이 천지인(天地人)의 조화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은 왕비 중심의 춤에서 의상을 받아가는 춤과 차별화되는 발상을 보여준다. 왕비역의 김하나는 매혹적인 춤 연기력으로 위풍당당한 왕비의 품격과 춤 연기자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안정감 있는 자세로 장단에 맞춘 군무는 유연한 디딤과 사위로 완벽한 조화와 우리 춤의 멋을 보여주며 희망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출연 : 김하나, 김세정, 오솔비, 최윤정, 최혜린)

『여정, 餘情』(한량무), 부채를 들고 세 선비가 앉고, 서고, 걸어가며 위치를 바꿔간 선비춤은 옛 선비들의 고고한 자태와 기상을 보여준다. 학이 구름위로 비상하듯 선비들은 튀어 오른다. 대금에 실은 인생무상은 여운을 남긴다. 숭고한 정신의 선비들의 몸가짐을 표현하는 다양한 갈래의 선비춤을 재해석한 작품은 동래학춤의 유희적 동작과 왕의 부름을 받기 직전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부드러운 면모와 고운 춤이라는 인상을 준다.(출연 : 김민섭, 김도연, 조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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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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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재회


『아련한 재회』, 플로어는 가변의 원색을 오간다. 낭만적 서사, 서정적 사랑의 열풍이 불어온다. 온전한 둘 만의 시간이다. 새 마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던 때가 있었다. 유선(流線)은 낭만을 타고 긴 세월동안 따스한 햇살에 의지하며 미소 짓는 ‘내일의 나’를 그려본다. 그런 모습에 ‘나’도 작은 미소를 짓는다. 시린 계절, 함께 있는 동안 우리는 행복했다. 추운 날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으면서 얘기할 그 날을 위해 서로의 따스한 빛이 된다. (출연 : 오솔비, 박준엽)

『人聞의 美』(장고춤), 혼자라도 빛나지만 공명은 역사가 된다. 장고는 음악과 춤이 어울리면 흥이 나고 신이 난다. 멋들어진 문화를 일군 열정으로 타오르는 빨간 장고에 원색이 가세하면 봄날의 꾀꼬리가 노니는 듯하고, 공간에는 신비가 가득하다. 혼돈의 시대를 평정할 수 있는 에너지로 세상을 간지럽히면 모두가 가슴이 따뜻해질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두드러진 재능과 예술적 매력으로 공감의 미학을 보인 작품이다. (출연 : 김하나, 김세정, 최윤정, 최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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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아박』, 일도심박(一刀三拍)은 붉은 태양을 뚫고 내려온 사인 무사가 모습을 보인다. 세상의 모든 사악을 떨쳐 내기라도 하듯 칼과 박은 거침이 없다. 편집된 음악에 맞추어 바람을 가로지르며 차고 오르는 형상이 태양의 후예임을 알린다. 우리 춤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듯 마음과 몸의 흔들림을 검 끝에 담아 역동적이며 자연과 합일하며 겸허해지는 인간의 몸과 마음의 표현을 담은 박진감 넘치는 춤이다. (출연 : 박준엽, 김민섭, 김도연, 조형준) 

『기』(氣), 긴 보라색 천으로 상상계에 진입한 춤은 복합 이미지의 상징을 만들어내고 현재와 과거에 걸친 의지적 이미지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 김하나 독무의 창무(創舞)는 오미(五味)의 시각적 변형이다. 장현수의 분신 같은 천의 구사는 선명하지 못하고 항상 흔들림 속에 갈피를 못 잡는 우리들 마음의 흐름을 모아주는 정신의 춤이다. 푸른 밤의 신비를 길어 올려 희망의 제단에 진설하고자하는 역무(力舞)는 허튼 춤세상에 대한 우정 있는 도발이다. (출연 :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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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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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노래


『신의 노래』, 영상과 조명이 아니라 역동적 움직임으로 압도적인 시각적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춤은 진정성을 확보한다. 네 쌍의 남녀가 어울리는 공간은 신들이 사는 꿈의 공간이다. 시간 여행 속에서 음악 분수대에서 분출되는 물처럼 꿈을 꾼다. 고도(Godot)의 부재가 알려준 교훈을 알아채는 순간 현실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고, 만남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신의 노래이다. (출연 : 오솔비, 김세정, 최윤정, 최혜린, 박준엽, 김민섭, 김도연, 조형준)

들숨무용단의 『춤의 흥과 멋』은 무용단의 다양한 레퍼토리 중에서 ‘봄의 제단’에 올린 장제되고 정갈한 작품들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적 제약 때문에 무용단원들의 재기를 더 살펴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홀로서기에 익숙한 무용단이 앞으로도 전통춤을 바탕으로 서정적 공감을 이끄는 작품이나 스토리가 있는 고품격 창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여 세계적 무용단으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바라지 않겠지만 의롭게 저지르는 자는 보상을 받는 법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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